"10조원 동박 시장을 잡아라"…기업들 불꽃튀는 선점 경쟁

입력 2023-10-16 18:02   수정 2023-10-16 18:03

SKC의 100%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독주하는 동박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아연까지 동박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장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초극박의 고급형 동박 시장이 완전히 성장하기 전까지 충분한 수주 물량 확보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스페인·미국·말레이시아 해외공장 증설 가속화
SKC의 2차전지용 동박 사업 자회사 SK넥실리스와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SK넥실리스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일본 도요타통상(7월), 독일 바르타(8월), 일본 인비전AESC(9월)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바르타가 향후 배터리공장을 증설할 예정인 만큼 이에 맞춰 5년 이상 제품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해외 첫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고, 폴란드와 북미 등 국내외 생산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에서 총 56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솔루스첨단소재는 국내 동박사 중 가장 먼저 해외 공장을 건설했고, 헝가리와 룩셈부르크에서 동박을 양산 중이다.

동박은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들어가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 배터리 재료비의 5~10%를 차지한다. 양극재보다는 재료비 비중이 덜하지만, 동박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10~20%로 제조업 평균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무엇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소재인 글로벌 동박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2025년까지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중 배터리용 동박만 떼어내어 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약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2차전지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6만5000t에서 2025년 74만8000t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진출 시장 및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극재 사업도 직접 나서는 K 동박 업체들
국내 동박 기업들이 동박 생산력 확대뿐 아니라 차세대 음극재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향후 배터리 기술력 향상이 음극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박은 구리를 두께 10㎛(1㎛=100만분의 1m) 이하로 얇게 펴 만든 막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역할을 하며 두 소재 간 연결성이 높다. 또 양극재의 경우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제품까지 나왔고 시장 진입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음극재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8월 프랑스 실리콘 음극재 회사 엔와이어즈와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 7월 회사 측이 발표한 4대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의 일환이다. 지분투자는 벤처캐피털(CVC)인 롯데벤처스와 롯데에너지소재펀드를 결성하고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엔와이어즈에 데모 플랜트 투자·운영 자금으로 79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엔와이어즈는 차세대 음극재인 실리콘 복합물질에 관한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현재 연간 2.5t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갖추고 있고,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 지분 투자를 바탕으로 엔와이어즈와 실리콘 복합물질(Si-C 계열) 공동 개발을 통해 고성능의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SKC도 영국 넥세온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스코그룹과 리튬메탈 음극재 등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음극 소재 및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도 이어간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10배가량 높은 소재로 평가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소재인 리튬메탈 음극재 제조에 있어 동박 제조 공정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함께 개발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美 IRA에 동박도 핵심광물 지정 예상…국내 기업 兆단위 수주 기대
SK넥실리스·롯데머티리얼즈 두각…북미공장 신설 안해도 美 수출 가능
국내 기업이 배터리와 양극재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동박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SKC의 2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인 SK넥실리스와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특히 두각을 보이고 있다.
○SK넥실리스, ‘조 단위’ 공급 계약 쾌재
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등은 10월 안에 IRA 세부 규정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발표에서 동박이 핵심 광물로 지정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구리를 핵심 원자재로 처음 포함하면서다. 구리는 동박의 주요 원자재이기 때문에 IRA에 동박이 핵심 광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은 이미 동박이 핵심 광물로 지정됐다고 생각해 해외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IRA의 핵심 광물로 지정되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해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동박으로 배터리를 제조해야 전기차 보조금(대당 최대 7500달러)을 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에 주문이 몰릴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와 최근 동박 시장에 진출한 고려아연은 북미 공장을 신설하지 않아도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

SK넥실리스는 이달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말레이시아 동박 생산 공장에서 첫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배터리 기업 등으로부터 최대 10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낼 것으로 예상한다.
○K동박, IRA로 공급과잉 우려 덜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달리 동박 시장에선 중국, 대만, 일본 경쟁사들도 증설에 나서고 있어 말 그대로 동박시장에 ‘박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이 값싼 전기료와 인건비를 바탕으로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협폭(폭이 좁은) 동박 시장에선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중국 기업 진출이 제한돼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입지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원료인 구리를 주로 국내에서 공급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동박이 핵심 광물로 지정됐더라도 정작 원자재인 구리를 중국산으로 쓰면 IRA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려아연이 이르면 10월부터 울산에서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현재 유럽과도 IRA 규정 안에서 FTA에 준하는 ‘광물 협정국’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헝가리와 룩셈부르크에서 총 3만t 동박을 생산하고 있는 솔루스첨단소재를 비롯해 SK넥실리스가 내년 완공 예정인 폴란드공장(연 5만7000t)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공장(연 3만t)도 수급 여건에 따라 북미에 수출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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